2. 인간관계에 대한 신념

구체적인 대인관계 상황에서 타인의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는 인지적 과정에 대한 설명은 제7장 (대인지각과 대인사고) 에서 제시되고 있다. 인지적 입장에 따르면, 인간관계의 부적응 문제는 개인이 지닌 대인 신념과 의미부여 방식이 비현실적이고 부적절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적응 문제를 야기하는 대인 신념과 대인사고를 구체적으로 밝혀내어 이를 좀 더 현실적이고 적절한 것으로 변화시킴으로써 인간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이러한 전문적인 인지적 기법을 사용하여 심리적 장애를 치료하는 방법을 인지치료 ( Cognitive Therapy ) 라고 하며, 행동적 기법을 결합하여 심리적 장애를 치료하는 방법을 인지행동치료 ( CBT : Cognitive Behavior Therapy ) 라고 부른다.

2. 인간관계에 대한 신념

인간관계는 삶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어떤 인간관계가 이상적인 인간관계인가?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는 얼마나 진실하고 친밀해질 수 있는 것인가? 어떻게 행동해야 다른 사람과 친해질 수 있을까? 어떤 부모님이 좋은 부모님인가? 결혼은 행복의 필수조건인가, 불행의 근원인가? 직업적 업무나 사업을 할 때 사적인 인간관계가 얼마나 중요하고 어떤 영향을 주는가? 

이런 물음에 대해서 사람마다 다른 생각과 믿음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삶에 있어서 인간관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은 인간관계를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아낌없이 투자할 것이다. 그러나 중요하지 않다고 믿는 사람은 인간관계에 소극적인 행동을 나타낼 것이다. 좋은 아버지는 자상하고 친구 같은 아버지라고 믿는 사람은 자녀에게 권위를 내세우기보다는 함께 장난치고 놀이하는 친근한 행동을 나타낼 것이다. 

 

그러나 집안의 기강을 바로잡고 예의범절을 잘 가르치기 위해 엄격한 아버지가 좋은 아버지라고 믿는 사람은 자녀에게 권위적이고 근엄하게 행동할 것이다. 이렇듯이, 한 개인이 대인관계의 본질과 속성에 대해서 어떤 신념과 태도를 가지느냐에 따라 대인행동이 달라진다.

인간관계에 대한 신념은 매우 다양한 영역과 주제에 대한 믿음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인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신념을 그 내용별로 나누어 살펴보면, 그 첫째는 인간관계의 중요성에 대한 신념이다. 삶에 있어서 인간관계가 중요하다고 믿는 정도가 사람마다 다르다. 인간관계가 삶에 있어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믿는 사람들도 상당하다. 그 이유는 다양하다. 어떤 사람은 주변 사람들과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는 것보다 유능한 능력을 갖추어 뛰어난 성취를 이루는 것이 인생에서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 

 

따라서 이런 사람들은 인간관계보다는 자신의 능력을 향상하고 개인적 성취를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할 것이다. 어떤 사람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기 때문에 친밀해지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인간관계에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은 낭비라고 믿는다. 인간은 누구나 이기적이기 때문에 전적으로 사람을 믿는다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일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는 필연적으로 서로 상처를 주고 배신감만 느끼며 끝나게 된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 반면 인간관계는 삶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도 많다.

어떤 사람은 인간의 행복이 사람끼리 서로 깊이 이해하고 신뢰하며 우정과 애정을 나누는 데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어떤 사람은 이 사회에서 성공하고 출세하기 위해서 많은 사람과 넓은 교제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이렇듯이, 인간관계의 중요성과 그 이유에 대한 신념은 인간관계에 대한 관심과 그에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 그리고 인간관계 방식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둘째는 중요시하는 인간관계의 영역이다. 인간관계는 가족관계, 교우관계, 이성 관계, 직장동료 관계 등 다양한 영역이 있다. 어떤 사람은 다른 인간관계보다 가족관계를 매우 중요시한다. 역시 믿을 사람은 결국 가족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많은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내지만 다른 영역의 인간관계는 소홀히 한다.

 

교우관계를 중요시하는 사람은 서로 취미를 공유하고 화통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삶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시간만 나면 친구들과 어울리므로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을 내기 어렵다. 또 친구가 도움을 요청하면 가정의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여 가족들로부터 원성을 살 수 있다. 또 어떤 사람은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를 지나치게 중요시하여 일하는 동료는 많아도 일을 떠나 함께 여가를 즐길 친구가 없는 경우도 있다.

셋째는 이상적 인간관계에 대한 신념이다. 많은 사람과 넓은 인간관계를 맺는 것을 이상적으로 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소수의 사람과 깊은 인간관계를 맺는 것을 이상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생명도 같이 나눌 수 있는 매우 강력한 인간관계를 원하지만, 어떤 사람은 서로 구속하지 않는 편안한 인간관계를 원하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은 자신을 따듯하게 감싸주고 인정해 주는 지지적인 친구를 이상적인 친구로 여기지만, 어떤 사람은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고 비판해 주어 서로의 발전과 성숙을 촉진하는 친구를 이상적인 친구로 여기기도 한다.

 

이러한 이상적 인간관계는 가족관계, 교우관계, 이성 관계, 직장동료 관계 등의 인간관계 영역별로 세분된 이상성을 가질 수 있다. 이상적 인간관계에 대한 신념은 인간관계에서 기대하는 타인의 역할뿐만 아니라 자신의 역할에 대한 신념을 포함한다. 따라서 이상적이라고 믿는 인간관계의 속성에 따라서 타인에 대한 기대뿐만 아니라 자신의 대인행동도 영향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