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인간관계의 의미

2023. 1. 31. 01:25YOU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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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린 왕자


지구에 막 도착한 어린 왕자에게 여우가 인사를 건넸다.

"안녕."

"안녕. 넌 누구니? 참 이쁘구나." 어린 왕자가 말했다.

"나는 여우야."

"이리 와서 나하고 놀자. 난 아주 쓸쓸하단다."

"난 너하고 놀 수가 없어. 길이 안 들었으니까."

"난 친구를 찾고 있어. 그런데 길들인다는 게 무슨 말이니?"
"모두 잊고 있는 건데,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란다." 여우가 대답했다.

"관계를 맺는다고?"

"응. 지금 너는 다른 애들 수만 명과 조금도 다름없는 사내아이에 지나지 않아. 그리고 나는 네가 필요 없고,

너는 내가 아쉽지도 않을 거야. 네가 보기엔 나도 다른 수만 마리 여우와 똑같잖아?

그렇지만 네가 나를 길들이면 우리는 서로 아쉬워질 거야.

내게는 네가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것이고,

네게도 내가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여우가 될 거야."

"이젠 좀 알아듣겠어. 나에게는 꽃이 하나 있는데, 그 꽃이 나를 길들였나 봐보고 싶거든."

"그럴 수도 있지. 지구에는 없는 게 없으니까."

"아니, 지구에 있는 게 아니야."

"그럼, 다른 별에 있어?"

"응."

"그 별에는 사냥꾼이 있니?"

"아니."

"아, 그거 괜찮은데! 그럼, 닭은?"

"없어."

"그래, 안전한 곳은 절대로 없다니까." 여우는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여우는 자기 이야기로 말머리를 돌렸다.

"내 생활은 늘 똑같아. 나는 닭을 잡고, 사람들은 나를 잡는데, 사실 닭들은 모두 비슷비슷하고, 사람들도 모두 비슷비슷해. 그래서 나는 좀 따분하단 말이야. 그렇지만, 네가 나를 길들이면 내 생활은 달라질 거야. 나는 보통 발소리하고는 다른 발소리를 알게 될 거야. 보통 발소리가 나면 나는 굴속으로 숨지만, 네 발소리는 음악 소리처럼 나를 굴 밖으로 불러낼 거야. 그리고 저기 밀밭이 보이지? 난 빵을 안 먹으니까 밀은 나한테는 소용이 없고, 밀밭을 보아도 내 머리에는 떠오르는 게 없어. 그게 참 안타깝단 말이야. 그런데 너는 금발이잖니. 그러니까 네가 나를 길들여 놓으면 정말 기막힐 거란 말이야. 

금빛이 도는 밀밭을 보면 네 생각이 날 테니까. 그리고 나는 밀밭을 스치는 바람 소리까지도 좋아질 거야. "

여우는 말을 그치고 어린 왕자를 한참 바라보더니,

"제발, 나를 길들여 줘."

"그래. 그렇지만 나는 시간이 별로 없어. 친구들을 찾아야 하거든." 어린 왕자가 대답했다.

여우는 힘없이 말했다.

"사람들은 이제 무얼 알 시간조차 없어지고 말았어. 사람들은 다 만들어 놓은 물건을 가게에서 산단 말이야.

그렇지만 친구는 파는 데가 없으니까, 사람들은 이제 친구가 없게 되었단다. 친구가 필요하거든 나를 길들여."

"어떻게 해야 하는데?"

"아주 참을성이 많아야 해. 처음에는 내게서 좀 떨어져서 그렇게 풀 위에 앉아 있어. 내가 곁눈으로 너를 볼 테니 너는 아무 말도 하지 마. 이란 오해의 근원이니까. 그러다가 매일 조금씩 더 가까이 앉는 거야."

이렇게 해서 어린 왕자는 여우를 길들였다.

어린 왕자가 떠날 시간이 가까워지자 여우가 말했다.

"난 아무래도 눈물이 날 것 같아."

"그건 너 때문이야. 나는 너를 괴롭힐 생각이 조금도 없었는데, 네가 길들여 달라고 그랬잖아."

"그래."

"그런데 눈물이 날 것 같다면서?"

"그래."

"그러면 손해만 본 셈이구나."

"아니, 이득이 있어. 저기 밀밭 빛깔 말이야." 여우가 말했다.

"장미꽃밭에 다시 가봐, 네 장미꽃이 다른 꽃들과는 다르다는 걸 알게 될 거야.

그리고 나한테 작별 인사를 하러 오면 선물로 비밀 하나를 가르쳐 줄게."

어린 왕자는 장미꽃들을 다시 만나러 갔다.

"너희들은 내 장미꽃하고 전혀 달라. 너희들은 아직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도 너희를 길들이지 않았잖아.

내 여우도 전에는 너희와 마찬가지였어. 다른 여우들하고 똑같은 여우였어.

그렇지만 그 여우를 내 친구로 삼으니까 지금은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여우가 되었어."

그러자 장미꽃들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어린 왕자는 또 이런 말도 했다.

"너희들은 곱긴 하지만 속이 비었어. 누가 너희들을 위해서 죽을 수 없단 말이야. 물론 보통 사람들은 내 장미도 너희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거야. 그렇지만 그 꽃 하나만 있으면 너희들을 모두 당하고도 남아. 그건 내가 물을 주고 고깔을 씌워주고, 병풍으로 바람도 막아 주었으니까. 내가 벌레를 잡아 준 것도 그 장미꽃이었어. 나비를 보여주려고 두세 마리는 남겨 두었지만, 그리고 원망이나 자랑이나 모두 들어준 것도 그 꽃이었으니까. 그건 내 장미꽃이니까."

어린 왕자는 여우에게 다시 와서 작별 인사를 했다.

"잘 있어."

"잘 가. 이제 내 비밀을 가르쳐 줄게. 아주 간단한 거야.

세상을 잘 보려면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는 거지. 제일 중요한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거든."

"네가 그 장미꽃에 바친 시간 때문에 그 장미꽃이 그렇게 중요하게 된 거야."

"내 장미꽃에 바친 시간 때문에..."

어린 왕자는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되풀이해서 말했다.

"사람들은 이 진리를 잊어버렸어. 하지만 너는 잊어버리면 안 돼.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서는 영원히 네가 책임을 지게 되는 거야. 너는 네 장미 꽃에 대해서 책임이 있어."

"나는 내 장미꽃에 대해서 책임이 있다."

어린 왕자는 머리에 새겨 두기라도 하듯이 다시 한번 말했다.


< Saint-Expéry 'The Little Prince' >

 


IN MY OPINION
*개인의 생각이므로, 인용을 불허합니다.


Allii's 요약

어린왕자 생각 : "내가 공들여 기른 내 장미꽃, 내 친구 여우는 너희와 달라 !"

꽃들 생각 : "그것참 TMI !"

여우 생각 : "나도 친구가 필요하니, 나를 길들여줘."

내 생각 : "모든 관계에는 길들임의 정성과 책임이 따른다."

외로웠던 여우는, 친구가 필요했던 어린 왕자에게

자기를 길들일 당위성을 부여하고, 설득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모든 것을 다 마트에서 팔지만
유일하게 팔지 않는 '친구' 를 필요로 하던 어린 왕자 또한 수긍하여,

여우를 길들였다. 서로서로 길들인 것이자, 서로가 길든 것이다.

길들였다는 의미를 달리 보면 익숙해진다친숙해진다. 스며들다. 라고도 볼 수 있다.
모든 관계 맺기가 쉬워졌으나, 되려 가장 어려운 것이기도 하다.


익숙해진 관계에 대한 책임은 서로에게 있는 것이나,
가장 깊이 있게 스민 자에게 더욱 아픔이 되기도 한다.


덜 스며든 자에게 유리한 것이 되었다.
관계에서 '갑' 과 '을'이 생겨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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